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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편. 형제자매가 함께 있을 때 갈등을 줄이고 각자의 리듬을 지키는 방법

by 엄마샘 2025. 12. 19.

방과후 시간이 시작되면 집 안의 공기가 달라집니다. 학교와 기관에서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아이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충돌이 생깁니다. 장난감 하나를 두고 다투기도 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감정이 폭발하기도 합니다. 특히 형제자매 중 한 명이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경우, 갈등은 더 잦고 강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왜 집에만 오면 이렇게 싸울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시간의 갈등은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방과후라는 특수한 조건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현상에 가깝습니다.

 

형제자매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이면서 동시에 가장 쉽게 부딪힐 수 있는 대상

방과후 형제자매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아이들이 모두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한 공간에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하루 동안 각자 다른 환경에서 많은 자극을 받은 아이들은 집에 돌아왔을 때 이미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형제자매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이면서 동시에 가장 쉽게 부딪힐 수 있는 대상이 됩니다. 특히 자폐스펙트럼 아이는 환경 변화와 소음, 예측되지 않는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정상발달 형제자매는 그런 반응을 이해하지 못해 억울함이나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처럼 방과후 갈등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지친 상태에서 한 공간을 공유하게 되는 상황적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갈등 극복을 위해 공정함보다 분리된 회복의 시간 필요해

이 갈등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공정함’이 아니라 ‘분리된 회복 시간’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형제자매에게 같은 규칙과 같은 시간을 적용하려고 하지만, 방과후 초반만큼은 각자의 회복 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아이는 조용히 쉬는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아이는 가벼운 움직임이나 말 걸림이 도움이 됩니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 모두를 동시에 하나의 활동으로 묶으려 하면, 갈등은 오히려 더 쉽게 발생합니다. 방과후 초반 20분에서 30분 정도는 형제자매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공간이나 활동을 느슨하게 분리해 주는 것이 갈등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형제자매 갈등을 키우는 또 하나의 요인은 부모의 즉각적인 개입입니다. 다툼이 시작되면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마음에 누가 잘못했는지 판단하거나, 상황을 설명하려 들기 쉽습니다. 그러나 방과후 시간의 아이들은 이성적인 설명을 받아들일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보다 자극을 낮추는 방향으로 상황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목소리를 낮추고, 불필요한 말은 줄이며, 갈등이 커지기 전에 물리적인 거리를 잠시 두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빠르게 안정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훈육이 아니라 환경 조정에 가깝습니다.

 

형제자매가 함께하는 방과후 루틴이 필요해

형제자매가 함께하는 방과후 시간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통 루틴도 필요합니다. 각자의 회복 시간이 끝난 뒤에는 간단한 공동 활동을 통해 다시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활동은 길거나 특별할 필요가 없습니다. 간식 먹기, 손 씻기, 짧은 자유 놀이처럼 모두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행동이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시간이 예측 가능하게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반복되는 공통 루틴은 아이들에게 ‘이 시간이 지나면 함께하는 시간이 온다’는 신호가 되어, 갈등을 줄이고 안정감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워킹맘 가정에서는 형제자매 갈등이 부모의 피로와 겹쳐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일한 뒤 집에서 또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은 쉽게 지치게 만듭니다. 하지만 방과후 갈등을 모두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안지 않아도 됩니다. 갈등이 아예 없을 수는 없고, 그것이 곧 잘못된 양육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가정의 분위기가 얼마나 빠르게 안정되는지, 아이들이 다시 각자의 리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가 있는지입니다.

 

방과후 형제자매 갈등은 아이들이 성장하며 반드시 거치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이 시간을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억누르기보다, 회복과 분리가 가능한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도움이 됩니다. 각자의 리듬이 존중받는 집에서는 갈등이 줄어들 뿐 아니라, 갈등 이후의 회복도 빨라집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아이들에게 가족 안에서 안전하게 부딪히고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중요한 감각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