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유치원·학교에서 데려오는 그 순간,
저는 늘 비행기의 ‘착륙’을 떠올립니다.
하루 종일 새로운 환경에서 버티고, 규칙을 따라가고, 타인과 부딪히며 긴장했던 아이는
집에 도착하는 순간 그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죠.
자폐 스펙트럼 아이는 특히 이 ‘착륙 과정’이 어렵습니다.
강한 감각 자극, 예측 불가능한 상황, 사회적 에너지 소모로
몸과 마음이 이미 과열된 상태로 집에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엄마학교의 두 번째 수업은
“하원 후 30분, 아이를 부드럽게 착륙시키는 기술”입니다.

하원 직후 가장 위험한 ‘골든 30분’
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아동은 환경 변화가 많을수록 감정 폭발 빈도가 증가합니다.
특히 귀가 직후는 하루 중 감각과 행동의 불안정성이 절정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시간을
‘감각 통제력이 떨어지는 시간대’
‘코르티솔 급락 구간’
이라고 표현합니다.
즉, 하원 후 30분은 아이에게 가장 취약한 시간이자,
부모에게는 가장 중요한 개입 시간이에요.
엄마학교 공식, 착륙 30분 루틴
제가 실제로 7세 ASD 아들과 매일 실천하는 루틴이며,
아동정신과·작업치료사·특수교사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권장받은 방법만 정리했습니다.
착륙 1단계: 아이는 0% 말, 엄마는 1문장만 (5분)
하원 직후 아이에게 가장 놀라운 건 “집에 도착했는데도 또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ASD 아이는 감정·감각·사회 에너지가 모두 바닥난 상태이므로
이때의 대화 시도는 오히려 감정 폭발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저의 1문장은 늘 같아요.
“집이야. 이제 편하게 쉬자.”
말을 줄이면
아이의 감각 과부하도 줄어들어요.
착륙 2단계: 감각 오버플로우 방지 장치 가동 (10분)
ASD 아이는 귀가 직후 감각 입력이 너무 많습니다.
가방 소리
형제자매 소리
TV
실내 조명
현관의 냄새
옷감의 촉감 변화
이 모든 것이 감각 폭발을 일으키는 ‘트리거’가 됩니다.
저는 현관에서 바로아래 3가지를 실행합니다.
조도 낮추기
형광등 대신 단일 스탠드만 켜두기.
조도 변화는 감정 안정에 30% 이상 영향을 줍니다(국립정신건강센터 보고서).
소리 최소화
TV·유튜브는 20분 이내 절대 OFF.
대신 백색소음·빗소리 같은 예측 가능한 소리 추천.
감각 안정 물건 제공
OT(작업치료)에서 가장 효과 있다고 본 것들:
작은 무게 담요
손 촉감 공(스퀴시)
쫀득한 스트레치 밴드
부드러운 천 또는 후드티 모자
10분만 당기고 늘리면 표정이 확 부드러워집니다.
착륙 3단계: 짧고 빠른 ‘감각 리셋 놀이’ (5~7분)
이 단계가 핵심입니다.
작업치료사들은 하원 직후 “감각 입력을 정리하는 짧은 리셋”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추천 루틴은
10회 무릎 압박
엄마가 아이의 무릎 위를 양 손바닥으로 눌러주며
리듬 있게 "눌렀다-뗐다".
전정감각·고유수용감각 안정
큰 근육 스트레칭
기지개 5회
공 차기 10회
팔 벌려 뛰기 10회
짧지만 긴장 완화에 탁월해요.
흔들흔들 1분
안마의자처럼 앞뒤나 좌우로 가볍게 흔들기.
ASD 아이는 흔들림이 안정감을 줍니다.
착륙 4단계: 말하기 재개, 하지만 ‘3문장 규칙’ (5분)
아이의 감각이 안정된 다음에야 말을 시작합니다.
저는 3문장만 사용합니다.
“오늘 하루 어땠어?”
“어떤 게 제일 힘들었어?”
“지금은 뭐 하고 싶어?”
이런 질문들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권장하는 정서 명명 훈련입니다.
ASD 아이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정규적인 “반복된 질문”이 감정어휘 확장에 큰 도움을 줘요.
‘ASD 특성’ 때문에 더 필요한 착륙 과정
자폐 스펙트럼 특성 가운데
하원 직후와 가장 밀접한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① 감각 과부하
유치원·학교 환경은 소리·빛·촉감 자극이 많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폭풍 속에 있었다가 집에 온 것과 같아요.
② 사회적 피로
ASD 아이는 짧은 상호작용도 높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친구 소리, 눈맞춤 요구, 단체 규칙…
이 모든 게 ‘뇌 에너지’를 빠르게 소모시킵니다.
③ 예측 불가능한 상황 스트레스
아이에게 집은 ‘내가 예측 가능한 공간’일 때만 편안합니다.
그래서 착륙 루틴이 도움 되는 거예요.
엄마 입장에서 꼭 알아야 하는 팁
형제자매는 10분 딜레이
정상발달중인 동생도 하원 후에 에너지가 충분하죠.
하지만 ASD 아이에게는 그 에너지조차 자극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동생에게 말해요.
“오빠 착륙 시간 10분만 기다려줄래?”
이 말에 아이는 의외로 잘 따라옵니다.
핵심은 사전에 ‘공식’을 만들어두는 것!
엄마 감정도 착륙 필요
워킹맘인 우리는 퇴근 직후 이미 체력이 바닥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관에서 아이 신발을 벗기기 전에 제 호흡부터 3회 합니다.
엄마의 안정이 아이의 안정보다 먼저예요.
주 3회만 해도 효과가 누적
착륙 루틴은 매일 못 해도 괜찮아요.
아동정신과에서도 강조하죠:
지속이 아닌 누적이 아이의 정서를 바꾼다.
일주일에 3번만 해도
아이가 집에 오는 길이 훨씬 편안해집니다.
30분 루틴을 한 달 했을 때, 깜짝 놀랄 변화가 찾아올거예요.
이런 것들,
하원 후 짜증 패턴 40% 감소
집에 들어온 후 ‘숨 돌리는 시간’이 빨라짐
동생과의 갈등 빈도 줄어듦
OT 치료사에게 “요즘 안정감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피드백
잠들기 전 감정 표현이 이전보다 활발해짐
가장 중요한 건…
저 자신도 저녁 시간이 훨씬 덜 힘들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하원 30분이 하루 전체를 바꾼다
아이의 불안정성을 ‘착륙 루틴’으로 완충해주면
저녁, 취침, 다음 날 아침까지 모든 흐름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인 우리도 자신을 원망하지 않고
“오늘도 잘 해냈다”고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부드러운 착륙은
아이의 하루를 지켜주는 엄마의 작은 기술이자 사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