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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편. 방과후 거부 행동은 왜 반복되는가

by 엄마샘 2026. 1. 9.

방과후 시간에 아이가 보이는 거부 행동은 많은 부모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학교에서는 비교적 잘 지내다가 집에 오자마자 울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거나, 사소한 요구에도 강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부모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특히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이러한 장면이 훈육의 실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 자료를 종합해 보면 방과후 거부 행동은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 동안 누적된 피로와 자극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에 가깝다. 이 글에서는 방과후 거부 행동이 반복되는 이유를 객관적인 정보에 근거해 살펴보고, 가정에서 이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를 차분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33편. 방과후 거부 행동은 왜 반복되는가
33편. 방과후 거부 행동은 왜 반복되는가

하루 동안 쌓인 요구가 방과후에 드러난다

발달장애 아동은 하루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요구를 수행한다. 수업 시간에 앉아 있기, 규칙을 따르기, 또래의 말에 반응하기, 소음과 시각 자극을 견디는 일 모두가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 아동은 동일한 환경에서도 일반 아동보다 인지적 피로와 감각 피로가 더 빠르게 누적되는 경향이 있다. 학교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던 아이가 방과후에 갑자기 무너지는 이유는 이 피로가 안전한 공간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거부 행동은 아이가 더 이상 요구를 처리할 여력이 없다는 신호이며, 이를 문제 행동으로만 해석할 경우 대응은 더욱 어려워진다. 방과후는 아이가 하루 동안 버텨온 긴장을 풀어내는 시간이라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방과후 거부 행동을 강화하는 환경 요인

방과후 거부 행동은 환경에 따라 반복되거나 강화되기도 한다. 하교 직후 바로 선택을 요구받거나, 연달아 일정이 배치되거나, 휴식 없이 다음 활동으로 이동할 경우 아이의 부담은 커진다. 국립특수교육원의 연구에서는 귀가 직후 구조화되지 않은 요구가 많을수록 거부 행동의 빈도가 높아진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또한 부모의 반응도 행동을 유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이의 거부에 즉각적인 설명이나 설득을 반복할 경우, 아이는 더 많은 언어 자극을 받게 되고 오히려 불안이 커질 수 있다. 방과후 거부 행동은 아이와 부모 모두가 피로한 상태에서 상호작용이 겹치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행동 자체를 줄이려 하기보다 행동이 발생하는 구조를 점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거부 행동을 줄이는 현실적인 대응 기준

방과후 거부 행동을 완화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요구의 양과 속도다. 전문가들은 하교 이후 일정 시간 동안은 설명이나 지시를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한 행동만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귀가 후 간식, 휴식, 놀이, 저녁 식사로 이어지는 단순한 흐름을 반복적으로 유지하면 아이는 다음 행동을 미리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여성가족부 가족지원 사업 자료에서도 예측 가능한 루틴을 가진 가정에서 부모의 스트레스와 아동의 문제 행동이 모두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된다. 또한 거부 행동이 나타났을 때 즉각적인 교정이나 훈육보다는 아이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방과후의 목표는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다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방과후 거부 행동은 사라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해되어야 할 신호다. 아이가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요구를 견뎌냈는지를 돌아볼 때, 그 행동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방과후를 덜 힘들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활동이나 훈련이 아니라, 아이의 에너지를 존중하는 시간 설계다. 반복되는 거부 행동 앞에서 부모가 좌절하기보다 구조를 조정하고 속도를 늦춘다면, 방과후는 조금씩 안정된 흐름을 되찾을 수 있다. 오늘의 방과후가 평온해질수록 아이의 내일도 더 단단해진다.